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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9-0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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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여성문화인상 을주상 받은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 “입양은 생명을 살리는 일”

환하게 불 밝힌 무대에 단복을 예쁘게 차려 입은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단장 김수정)이 등장하자 객석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지난 11월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가정법원 융선당.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중2 진아부터 최연소 단원인 여섯 살 유빈이까지 25명이 무대를 꽉 채웠다. 객석의 엄마들이 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의자 끝에 걸터앉은 채 ‘웃어’라고 입말을 하는 엄마도 눈에 띄었다.

“손을 뻗어주∼어도∼ 잡을 수가 없∼어요∼.”

엄마들이 눈빛으로 보낸 응원이 힘이 됐는지 아이들의 무대는 거의 완벽했다. 박문기씨의 지휘로 경쾌하고 발랄한 ‘기쁜 노래 불러요’를 부를 땐 앙증맞은 율동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이날 ‘소리로 통하는 어울림’ 합창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작은 입양 홍보대사’였다. 합창회는 두 딸을 낳고 아들 둘을 입양한 최재형 전 가정법원장이 재임 중이던 지난해에 처음 열렸다.

무대에서 내려온 과천초 5학년 이왕윤군은 씩씩한 표정으로 “별로 긴장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설렜어요”라며 웃었다. 왕윤이는 다섯 살 때부터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다. 공개 입양된 아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은 입양이 생명을 살리는 일임을 많은 공연을 통해 보여준 공로로 올해 여성신문이 주관하는 ‘올해의 여성문화인상’ 문화예술특별상 을주상을 받았다. 성악가인 김수정 단장은 “입양 문제는 여성 문제”라며 “여성신문이 보듬어주고, 이렇게 큰 상까지 줘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합창단은 입양 홍보의 맨 앞자리에서 뛰는 전사”라며 “과천시민회관에서 매주 두 차례 연습한다. 한겨울에도 빠지지 않고 인천, 하남, 수원에서 왕복 서너 시간 거리를 엄마와 함께, 때론 아이가 혼자서들 온다”며 고마워했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 쌍둥이 남매를 공개 입양한 김숙화(48·어린이집 원장)씨는 10년 전 봄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생후 10개월 된 성은이를 처음 만난 날이 지금도 생생하다. 입양을 기다리는 신생아들이 아기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누군가는 입양해 가야 할 텐데….” 성은이를 가슴으로 낳은 엄마가 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듬해에는 쌍둥이 오빠 성준이도 데려왔다.


김씨는 “학교에 입학한 후 친구들이 ‘너, 고아지?’라고 캐묻다 보니 딸이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다행히 합창단에 들어와서 공개 입양아들을 만나면서 자존감이 회복됐다. 이젠 친구들이 “널 낳아준 엄마가 보고 싶지 않니?”라고 물어도 “엄마가 가정을 꾸렸을 수 있잖아. 지금은 만날 때가 아니야”라고 의젓하게 답할 만큼 성장했다.

예영(왕북초 4), 서영(왕북초 3)양 자매는 지난 5월부터 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엄마 유수란(48)씨는 “입양아라는 특성이 부각되는 것 같아 불편했는데 딸들이 워낙 좋아하니 보내길 잘한 것 같다”며 “요즘은 엄마 고생한다며 집에서 노래를 자주 불러준다”며 웃었다. 두 아들을 둔 유씨는 남편의 권유로 2005년 예영, 2006년 서영에 이어 2008년 막내 은아(7)까지 세 딸을 입양해 5남매를 둔 다둥이 가족이 됐다.

강정화(41)씨는 10년간 시험관 시술에 8차례 실패한 후 2008년 큰딸을 입양한 데 이어 이듬해 유빈이를 입양했다. 2010년에는 쌍둥이 남매를 출산했다. 강씨는 “유빈이가 처음 합창단에 들어갔을 땐 노래를 못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이젠 제법 무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더라”며 웃었다.

합창단은 2006년 김 단장이 8명의 입양 어린이들과 함께 노래한 것이 모태가 됐다. 김 단장이 입양홍보회 ‘입양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노래를 입양아들과 함께 부른 것이 출발이었다. 김 단장은 “그때 9명을 공개 입양한 입양홍보회 회장을 만난 후 어떻게 아홉 명이나 입양해 키울 수 있는지 놀라웠다. 그런데 입양 홍보가 잘 안 돼 ‘딴 세상 얘기’처럼 비쳐지는 게 안타깝더라”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

합창단은 2010년 9월 창단 연주회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요’를 갖고 정식 출범했다. 2011년 KBS 나눔대축제에 ‘남자의 자격’ 합창단과 함께 출연했으며 한국자원봉사자협의회가 주최한 음악회에서 코리안심포니와 협연하기도 했다. 2012년 IBK기업은행 후원 단체로 선정되면서 더욱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해 가을 ‘해피니스’라는 타이틀로 케네디센터를 비롯해 미국 4개 도시에서 공연했고 월드비전 세계어린이합창제 초청 무대에도 섰다.

2013년에는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들에게 “입양아로 선택된 행복한 아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 ‘미 앤 코리아(Me & Korea)’, 아시아입양인봉사회와 함께 연주회를 열었다. 예술의전당에서 4년째 정기공연을 하고 있으며 지난 9월 ‘기적’이란 주제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매년 국내외에서 40차례 공연을 갖고 있다.

김 단장은 지난해 ‘입양의 날’에 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입양 전도사’인 그는 국회에서 축가를 부를 일이 있으면 “의원님들이 아이 한 명씩 입양하면 재선은 틀림없이 된다”고 말하곤 한다. 지금은 중앙입양원 홍보대사로 입양문화 개선에 힘쓰고 있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입양하고 싶다는 생각만 갖는다면 가장 행복하고 기쁜 일 아닌가. 9년간 우리를 지탱해온 에너지다. 앞으로 악보집도 만들어 입양단체와 공유할 계획이다.”

한글도 읽을 줄 모르던 꼬마들이 9년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학생으로 성장했다. 합창단을 통해 아이들은 ‘이모’를 얻고, 엄마들은 ‘언니’ ‘동생’을 얻었다. 김 단장은 “합창단 가족 모두 노래로 입양의 기쁨을 전하는 ‘행복 전도사’가 됐다”고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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